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부칠곳 없는 정열을 가슴에 깊이 감추고

찬바람에 쓸쓸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그때부터는 모든게 동요하게 된다.

생각들은 전설적인 전투지로 향하는 대부대와 같이 속보행진을 하며 움직인다.

전투는 격렬해진다.

기억력이 돌진하고 화려한 깃발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은유의 기병대가 당당한 걸음으로 전열한다.

논리의 화포는 덜컹거리는 마차와 탄약고로 돌진한다.

저격병들은 상상력의 명령 아래 조준하고 발사한다.

형태와 모양과 성질들은 고개를 든다.

종이는 잉크로 가득찬다.




 
비단같은 머리카락에 나도 알지못하는 향기
헤어질거라고 예감하곤 돌아오던 길
거짓말을 할 때 눈을 깜빡이던 버릇이
멀리 떨어져가는 사랑을 가르쳐주었어
유리같은 소년시절의 추억들만이 가로지르겠지
아픔이 있기 때문에 빛나는 창백한 날들이 번쩍하곤 달려나가
나의 마음은 금이 가버린 유리구슬
목을 내밀고 들여다 보면 그대가 반대로 비쳐져






출처


수선화 먼 곳 발자크의 글 유리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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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고한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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