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문학가 이자 소설가인 안정효는 영어소설을 읽을 때는 사전을 찾지 않고 읽는 것이 영어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론을 그의 책 [안정효의영어길들이기(영작 편)]에서 펼친 바 있다.

안정효는 대학생 시절부터 영어로 소설쓰기를 했는데, 그때 그의 작문지도를 해주었던 번브락신부로부터, 영어소설을 읽을 때 사전을 찾지 말고 읽으라는 가르침을 따라했던 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는것이다.

처음에는 모르는단어 때문에 읽어도 읽지않은 듯 답답하지만 차차 읽는책이 많아질수록 모르던 단어의 의미가 저절로 드러난다고 한다. 이는 소설이란 이야기 구조이기 때문에 앞뒤문맥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어서다. 나 또한 이런 방법으로 여러 권의 영어소설을 읽어본바 있는데, 많은 단어의 뜻을 모르고도 소설 읽기가 가능함은 물론 모르는 단어의 의미가 저절로 뜻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이 방법은 사전찾기를 극최소화 하라는 의미이지 완전히 사전을 처박아 두라는건 아니다.

전혀 그 의미가 종잡을 수 없고,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단어이며, 알고 싶어 못 배길 것 같은 단어는 사전을 찾아보되 그 단어가 있는 페이지를 훑어서 그 동안 감으로만 파악하였던 다른 단어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렇게 감으로 익혀 뜻을 파악한 단어는 잘 잊혀지지 않을 뿐 더러 어느 순간부터는 어휘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나는 기껏해야 어휘력이 5000 단어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사전을 거의 찾지않고 해리포터 1권에서 6권까지를 읽어냈다.

위의방법으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일단 고등학생수준의 영어실력은 기본으로 갖추어진 상태여야 할것이다. 사전을 찾지않고 읽으라는 말은 영어소설을 읽기 위한 기본적인 문법과 어휘력은 어느정도 갖추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있다.

아래의 목록은 그가 사전을 찾지 않고도 읽기에 비교적 수월하면서 우리정서에 맞고, 문학성도 높은 100권의 책을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이책들의 목록을 영문학 필독서로 오인해선 안된다. 어디까지나 사전의 도움을 덜 받으면서도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는 책들의 목록이기때문에 간결하고 쉬운단어를 사용해 작품활동을 했던 몇 몇 작가의 작품에 편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영문학이 아닌 영어로 번역된 책들도 끼어있고, 비소설도 있다.



<(영어에) 눈뜨기를 위한 추천도서(이하 안정효 설명)>

1. James Agee, 『A Death in the Family』
* 제임스애지는 1955년에 사망했고, 이소설은 사후에 발표되어 1958년에 풀리처상을 받았다.

2. Richard Bach, 『Jonathan Livingston Seagull(갈매기의 꿈)』

3. 『The Bridge Across Forever(영원을 건너는 다리)』

4. Pearl S. Buck, 『The Good Earth(대지)』

5.『The Living Reed(살아있는 갈대)』
* 한국을 무대로 한 흥미있는 소설인데, 장왕록 교수가 처음 번역했고,
최근에 그의 딸장영희교수가 다시 번역해서 발표했다.

6.『The Hidden Flower(숨은 꽃)』

7. Eugene Burdick, 『The 480』
* 유진버디크는 정치학교수 출신이며, 이소설은 케네디가 암살된후의 대통령 선거를 배경으로 삼은 아주 흥미진진한 정치물이다.

8. Erskine Caldwell, 『The Last Night of Summer』

9.『Place Called Estherville』

10.『Men and Women』

11『Claudelle Inglish』
12『Certain Women』
13『Gretta』
* 이밖에 도어 스킨 콜드웰의 소설은 모두 권하고 싶다. 그의 작품은 하나
같이 110쪽에서 130쪽 정도로 짧고 적절히 외설적이기도하며 재미가 있는 고급 통속소설이다.

14. John Cheever, 『The Stories of John Cheever』
*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존치버의 참된 대표작으로 퓰리처상 수상작

15. John Dos Passos, 『Streets of Night』

16-18.
『U.S.A』
* 『1919』, 『The 42nd Parallel』, 『The Big Money』로이어지는 3부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권만 번역되어있는것으로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문체에 대해서 많은 공부가될것이다.

19. Michael Crichton, 『The Andromeda Strain』
* 「쥐라기공원」의원작자인 마이클크라이튼의 뛰어난 공상과학소설

20. Robert Crichton, 『The Secret of Santa Victoria』 * 영화도재미있지만, 소설은 더 재미있다.


21. James T. Farrell, 『My Days of Anger(분노하는 젊은시절)』

22-24.
『The Studs Lonigan Story』
*『Young Lonigan』, 『The Young Manhood of Studs Lonigan』, 『Judgement Day』로구성된 3부작이다

25. F. Scott Fitgerald, 『The Great Gatsby(위대한개츠비)』

26. Kahlil Gibran, 『Spiritual Sayings of Kahlil Gibran(영혼의소리)』

27. Kahlil Gibran, 『Secrets of the Heart』

28. Willian Golding, 『Lord of the Flies(파리대왕)』

29. Graham Greene, 『The Power and the Glory(권력과영광)』

30.『A Burnt-Out Case(말기환자)』

31. Alex Haley, 『Roots(뿌리)』

32. Arthur Hailey, 『Airport』 * 역시영화보다소설이훨씬재미있다.

33. 『Hotel(호텔)』

34. Ernest Hemingway, 『A Farewell to Arms(무기여잘있거라)』

35.『For Whom the Bell Tolls(누구를위하여종을울리나)』

36.『A Movable Feast(우울한도시의축제)』

37. 『The Old Man and the Sea(노인과바다)』

38.『By-Line』

39. John Hersey, 『A Single Pebble(양자강의뱃사공)』

40. 『A Bell for Adano』

41. James Joyce,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청년예술가의초상)』

42. Nikos Kazantzakis, 『Report to Greco(영혼의자서전)』

43. Milan Kundera, 『Life is Elsewhere(인생은다른곳에)』

44-45. Mary Lutyens, ed., 『The Penguin Krishamurti Reader Ⅰ,Ⅱ』

46. Harper Lee, 『To Kill a Mockingbird(앵무새를죽여라)』
* 우리나라에서도 많은독자를 확보한 작품이며, 1960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47. Sinclair Lewis, 『Elmer Gantry』

48. Anne Morrow Lindbergh, 『Gift From the Sea(바다의선물)』

49. John P. Marquand, 『H. M. Pulham, Esquire』

50. Gabriel Garcia Marquez,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백년동안의고독)』

51. Carson McCullers, 『Reflections in a Golden Eye (황금빛눈동자에비친그림자)』

52. Colleen McCullough, 『The Thorn Birds(가시나무새)』

53. Yukio Mishima, 『Five No Plays』

54. Margaret Michell, 『Gone With the Wind(바람과함께사라지다)』

55-56. Alberto Moravia, 『Two Adolescents(두청춘)』
* 『Agonisto』와『Luca』두편으로이루어졌는데, 사춘기의심리묘사가뛰어나다.

57. Iris Murdoch, 『The Sea, The Sea(바다여, 바다여)』

58. John O'Hara, 『Appointment in Samarra』

59.『Butterfield 8』

60.『A Rage to Live』

61.『The North Frederick』

62.『From the Terrace』

63.『Elizabeth Applet!!!!on』

64.『The Ewings』

65.『Big Laugh』

66. 『Assembly』

* 마지막은 단편집이지만 어느장편소설 못지않게 좋은 작품이다.
존오하라는 미국에서 그의 작품이 영화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영어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존오하라부터 작하도록 권하고 싶다.

그의 문장은 대화체가 많아서 이해가 쉽고, 어스퀸 콜드웰보다도 때로는 더 재미있으며,
너무 외설이 심한『The Ewings』이외에는 상당한 문학적 수준도 유지한다.
이밖에도 그의 작품은 많으며, 영어공부를 위해서라면 그의 소설을 모조리 읽어도 좋을 것 같다.


67. C. Northcote Parkinson, 『East and West(동양과서양)』
* 역사책이지만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다.

68. Boris Pasternak, 『Doxtor Zhivago(의사지바고)』

69『Safe Conduct(어느시인의죽음)』

70. Hugh Prather, 『Notes to Myself(나에게쓰는편지)』

71. Ayn Rand, 『The Fountainhead』

72. Erich Maria Remarque, 『Three Comrades』

73.『Spark of Life』

74.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서부전선이상없다)』

75.『The Arch of Triumph(개선문)』

76.『The Night in Lisbon』

77.『Heaven Has No Favorites』

78. Antoine de St.-Exupery, 『Night Flight(야간비행)』

79. 『The Little Prince(어린왕자)』


80. William Saroyan, 『Chance Meetings(어쩌다만난사람들)』
81. 『The Human Comedy(인간희극)』
82. 『The Bicycle Rider in Beverly Hills』

83. Irwin Shaw, 『The Young Lions(젊은사자들)』

84. Irwin Shaw, 『Rich Man, Poor Man(야망의계절)』

85. Alan Sillitoe, 『The Loneliness of the Long-Distance Runner (장거리주자의고독)』

86. John Steinbeck, 『America and Americans(아메리카와아메리카인)』

87. 『Burning Bright』

88. 『Cannery Row』

89. 『Cup of Gold』

90. 『East of Eden(에덴의동쪽)』

91. 『The Grapes of Wrath(분노의포도)』

92. 『The Moon Is Down(달은지다)』

93. 『Of Mice and Men(생쥐와인간)』

94. 『The Pearl(진주)』

95. 『The Red Pony(붉은망아지)』

96. 『Tortilla Flat』

97. 『Travels With Charley(아메리카의초상)』

98. 『The Winter of Our Discontent(불만의겨울)』

* 존스타인벡은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서, 문체가 간결하고 감성이 짙은 작품을 주로 썼다. 문장도 쉬운편 이어서 어스킨콜드웰이나 존오하라보다 문학적으로 수준이 높은작가를 찾는 사람은 스타인벡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기시작하면 한작가에 한작품씩 돌아가며 읽지말고 스타인벡이나 포크너같은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난 다음에야 다른작가로 넘어가도록 권한다. 그러면 한 작가의 작품세계와 문체에 익숙해져 접하기가 쉽고, 문학성도 깊이 들여다 볼 수가 있을 것이다.

99. William Styron, 『Lie Down in Darkness』

100. James Thuber, 『Fables for Our Times(우리시대를위한우화)』

만약위 100권의 책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다음의 15권만이라도 읽어보라고 안정효는 권한다.

<우선적으로 읽어보길 권하는 15권의 책>

1. Pearl S. Buck, - The Good Earth
2. Pearl S. Buck - The Living Reed
3. John cheever - The Stories of John Cheever
4. James T. Farrell - My Days of Anger
5. Graham Greene - The Power and the Glory

6. Alex Haley - Roots
7. Arthur Hailey - Airport
8. Ernest Hemingway - The Old Man and the Sea
9. Margaret Michell - Gone With the Wind
10. John O'Hara - Assembly

11. Antoine de St.-Exupery - The Little Prince
12. William Saroyan - The Human Comedy
13. John Steinbeck - The Moon Is Down
14. John Steinbeck - The Pearl
15. John Steinbeck - Travels With Charley

만약 위의 15권도 힘에 부친다면 최소한 다음의 세 권만은 꼭 읽어보라고 안정효는 권한다.


<최소한 꼭 읽어보길 권하는 3 권의 책>

Pearl S Buck - The Good Earth
Ernest Hemingway - The Old Man And The Sea
John Steinbeck - The Pearl

Posted by 고고한글쟁이
:

출판사

카테고리 없음 2014. 9. 18. 03:57 |

네 중요합니다.

베스트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793937&s_no=793937&page=14

 

저는 서점을 하는 아저씨입니다...예전에 출판사에서 일했었구요...

주로 만들었던 책은 사진/미술 등 돈 안 되는 예술전문서였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서점은 인터넷 판매를 위주로 하는 중고서점인데,,,대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책을 구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건 전적으로 사장인 제가 결정합니다..., 제 기준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장만해서 구매자가 그 책을 사가면 사업이 되는 거죠...

 

책이라는 건 수백만종이 있습니다. 아마 수천만종이 있겠죠...대한민국에...

그 중에 좋은 책이란?

어느 누구에게도 그걸 결정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판단의 지표로 삼는 기준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기준이,,,

 

저자,

역자,

출판사,

서평(입소문 등)

판매량(베스트셀러) 등입니다...

 

저 같이 책에 대해 이런저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야 나름대로 능력과 정보가 있으니까 이런 사업을 하는 거겠지만,,,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마 위 다섯 가지 정도의 정보가 책에 대한 판단 근거의 대부분일 겁니다...

 

그럼 저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하냐,,,하면 물론 압도적으로 서평이 중요합니다...

같은 조선왕조실록을 다룬 수십가지 책,,,사마천의 사기라는 이름의 수십 종 책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먼저 읽어 본 사람들의 평가보다 더 좋은 판단기준은 없습니다...자기도 읽고 평을 더 해준다면 뒤에 읽을 사람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죠...

 

근데 한국어 쓰는 사람 5천만에 책 읽는 사람이라야 매우 한정되어 있고 책 종류는 무지 많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신빙성 있는 만큼의 서평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은 책이 아주아주 많습니다...

 

그럴 때 두번째 기준이 출판사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다른데요...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국내 문학서의 경우 - 저자가 제일 중요하겠지요...출판사가 어디냐는 뭐 책 판형이나 디자인이 달라지는 것 말고는 별 차이 없습니다...

다만 같은 작가라도 A 출판사에서는 소설을 내고, B 출판사에서는 에세이를 내고 하는 식으로 각 출판사의 전문성에 따라 나뉘는 경우는 있습니다...

 

. 해외 문학서의 경우 - 이때 출판사가 매우 중요합니다...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의 책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즉 아무나 번역해서 낼 수 있죠...국내에 출판사는 1만개가 넘습니다. 서점보다 세배 정도 많아요...

따라서 저작권 없는 해외 고전문학의 경우 수많은 번역본들이 있습니다...

판단 기준은,,,1. 출판사. 2. 역자. 3. 발행연도. 4. 원본 판본, 5. 직역 또는 완역 여부 등이 되겠네요...

뒤에서부터 얘기하자면,,,

 

5번의 경우...

같은 '노인과 바다'가 열린책들 판은 3백 페이지고 문학동네 판은 150페이지입니다. 후자는 축약 번역이죠...

수많은 호머의 일리아스/오딧세이 중 천병희 번역 이외의 모든 국내 번역서들은 그리스어 직역이 아닙니다. 영어/일어판의 중역본들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많은 러시아 문학들도 열린책들이 2천년대 초부터 원전 번역한 것 이외의 대부분 책들이 중역본들입니다...

 

4번의 경우...

'황금가지'의 원서 판본이 워낙 여러 가지인데 12권 넘는 완역본은 국내에 없고,,,을유문화사의 두권짜리와 한겨레출판의 한권짜리는 번역 대상으로 삼은 원서의 판본 자체가 다릅니다...이런 경우는 출판사가 축약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축약된 원본을 번역 원서로 삼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이므로 독자가 알아서 선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많지 않죠...

책임 있는 출판사들은 번역서에 원서의 판본을 꼭 밝힙니다...

'월든'의 경우 저자가 많이 고치고 해서 원서 판본이 꽤 여러가지이므로 번역서들에 원전 밝힘이 많이 있죠...

 

3. 발행연도...의 경우...

'모든 고전은 시대마다 새로이 번역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최신 번역이 당연히 좋습니다...

 

2. 역자의 경우...

국내서와 마찬가지로,,,홍길동이라는 뛰어난 역자가 A 출판사에서도 번역하고 B 출판사에서 번역을 했다면,,,어느 출판사냐보다 그 역자를 믿고 책을 선택하는 게 더 올바른 선택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1. 출판사의 겨우...

이것저것 다 모르겠을 때 무조건 출판사를 믿는 게 제일 쉽고 속 편합니다...

기실 각 출판사마다의 특성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게 책을 만드는 마인드입니다...

전문가인 제가 봤을 때 한겨레신문이나 조선일보는 날마다 나오는 수십페이지 신문에 고칠 게 거의 없을 정도로 편집/교정이 잘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일보 정도의 신문은 하루 치 신문에 빨간펜 3백개 정도는 범벅이 되어야 할 수준입니다...

런닝맨이나 12일 등의 프로그램에 깔리는 자막도 편집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테러 수준이죠...

이런 신문사/방송사/출판사 들이 돈이 없어서 저따위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인 책임감이 없는 거죠...마인드가 빵점인 겁니다...

제대로 된 출판사는 책 출간 이후에라도 오타 하나 발견되면 전직원이 달라붙어 한 글자짜리 스티커로 각 책마다 다 수정하기도 합니다...

'집필에 도움을 주신 홍갈동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런 오타가 나면 ''자 하나만 1만 개 인쇄해서 '' 위에 일일히 덧붙여서 시장에 내보낸다는 거죠...그게 책임감입니다...

책 만들기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떤 마인드로 사업을 하느냐는 당연히 상품의 품질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맨 위에 베스트 간 글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인 동서문화사가 대표적으로 빵점짜리 마인드를 가진 출판사입니다...

그래서 제 서점에는 동서문화사 책이 없습니다....제가 안 들여놓으니까요...그런 책 있으면 서점 신뢰도 떨어지거든요...

 

. 비문학서의 경우

참고서나 어학책, 어린이책, 자기계발서, 전공서적 등은 논외입니다.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쪽 방면은...

비문학서란 일반적인 교양서적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철학/역사/예술/인문/사회/과학 등의 책들입니다...

이 분야도 국내 저자들의 책과 번역서로 나누게 되는데요...별 차이는 없습니다...

일단 국내건 국외건 저작권 있는 저자의 책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를 테면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든 한 출판사에서만 나오니까요. 좋든 싫든 그거 사봐야죠. 선택하고 자시고가 없습니다...

근데 비문학서도 저작권 없는 책,,,이를 테면 박지원의 '열하일기'나 맑스 책, 애덤 스미스 책,,,이런 건 판본이 여러 가지입니다...

이때 역시 문학서와 같이 역자와 출판사를 따져야죠...기준은 위 5개 항목과 다를 바 없겠습니다...

 

그렇게 해서,,,책장사하는 제가 신뢰하는 출판사를 꼽아볼까 합니다...

 

A. 문학

 

1등급 :

- 열린책들 - 개미로 돈 벌어서 러시아문학 원전 번역하는 데 쓰면서 성장했습니다. 매우 좋은 출판사입니다. 이 출판사의 가장 훌륭한 점은 책이 저렴하다는 겁니다. 수많은 책들이 거품을 포함한 정가 책정 후 할인해서 팔아먹는 대한민국 출판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잘 만든 책을 양심적인 가격에 내놓는 출판사입니다. 때문에 중고책 장사들에게는 공공의 적입니다. 가격 변동폭이 적어서 중고책 마진 남기기가 힘듭니다.

 

- 민음사 - 전통의 해외문학 본가입니다. 주로 저작권 없는 고전문학 쪽을 많이 번역해서 냅니다. 가격은 아주 싸지는 않고 편집이나 디자인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레퍼토리가 최대 무기입니다...중고책 물량도 꽤 되고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인 믿을 만한 출판사입니다...

 

- 문학과지성사 - 통칭 '문지'로 불리는 한국문학 전문의 최고 출판사입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로 기존에 번역되지 않은 해외문학을 최근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의 역량은 사실 편집력으로 평가할 수는 없고,,,그 기획력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한국문학 분야에서 문지의 스펙트럼을 따라갈 만한 기획력을 가진 출판사는 거의 없습니다.

 

- 창비 - 유일하게 '문지'에 맞설 만한 국내서 전문 출판사입니다. 문학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과학 계통의 책을 수십년 간 내왔습니다. 당연히 계간 창작과비평의 역사와 전통에 그 권위의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2등급 :

 

- 문학동네 - 2급으로 놓긴 하는데 좀 까리합니다. 요새 돈독 오른 듯,,,예쁘게 만들어서 비싸게 팔기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 범우사 - 한때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저력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신간 기획을 거의 안 하는 듯해요. 망해가는 느낌...예전에 낸 책들로 기본은 하는 수준입니다.

 

- 열림원, 나남 등은 기본은 하는 출판사들입니다....

 

 

3~ : 많은 출판사들이 3류에 속하겠죠...실명 거론은 실례라...

 

다만 5류 출판사는 거명하겠습니다...

일송북 : 절대 사지 마세요...

셰익스피어 책을 25천원 정가 매겨놓고 25백원에 유통시키는 또라이 출판사입니다...

 

B. 비문학 교양서

 

1등급 :

- 한길사 - 최고의 출판사입니다. 기획/편집/디자인/번역 모두 대한민국 최고입니다. 증거가 뭐냐고요? 한길사 책은 중고책도 무지무지 비쌉니다.

 

2등급 :

- 돌베개, 개마고원, 실천문학사 - 좋은 책을 잘 만드는 좋은 출판사입니다. 다만 종합출판이 아니기 때문에 레퍼토리가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 동문선, 열화당, 눈빛 - 예술 쪽에서 믿을 만한 책들을 만드는 출판사입니다. 요즘엔 예술 분야의 출판사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시장이 아주 치열하고 신생 출판사들에서 좋은 책들도 많이 내고 있습니다.

- 푸른역사 - 역사 분야에서 발군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중견 출판사입니다.

- 을유문화사 - 꽤 괜찮은 출판사인데 인지도가 좀 낮습니다. 아마 문학과 비문학 여기저기 손을 뻗쳐서 전문성에 좀 의구심이 드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까치, 일빛 - 좋은 책들을 무지 많이 낸 출판사들인데 디자인이나 조판에 좀 신경을 쓰면 좋겠습니다.

 

 

5~ 피해야 할 출판사

- 동서문화사 - 70년대 번역판을 재편집도 없이 중판하는 배짱을 가진 또라이 출판사입니다. 그 이름 하나로 아웃~

- 생각의나무 - 일송북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종잡을 수 없는 출판사...디자인에 모든 것을 거는 이상한 출판사...책을 책장에 장식용으로 쓰려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 문예출판사 - 5류는 아니고 3류입니다. 꽤 괜찮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그냥 그 판권들 다 제대로 된 출판사에 넘겨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입니다.

 

 

그외 괜찮은 출판사 무순으로 열거해 보겠습니다.

 

갈라파고스, 휴머니스트, 웅진, 김영사, 이후, 비봉, 에코리브르, 에코의서재, 부키, 지만지, 효형, 그린비, 사이언스북스, 승산, 궁리, 학고재, 후마니타스

 

 

별로인 출판사입니다.

 

서해문집, 청아, 예경, 신원, 이다, 홍신문화사, 청하, 창해, 시공사, 소담, 현대문학, 청목, 육문사, 혜원, 하서, 글로북스, 동해

 

근데 한가지 덧붙일 게,,,별로인 출판사들이라고 열거한 곳들은 보급형 도서를 양산하는 곳으로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른 바 대학원생급 역자들을 고용해주는 곳들이죠...다만 제대로 된 책을 제값 주고 구하고자 할 때는 피하는 게 좋다는 거죠...이런 출판사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기는 일송북 같은 또라이짓은 하지 않습니다...

단 시공사의 경우는 태생적인 한계 탓에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기획으로 사회에 보탬되는 책을 만들지 못 한다는 점 이외에 책 자체는 잘 만듭니다...

 

Posted by 고고한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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